ENWD 4-060, 근황토크 – 큰 아이를 만나러 간 시카고, 그는 미국의 해군이 되었다.
훈련소에서는 더디게 흘렀겠지만 입대한 에피 올린것이 엊그제같은데 시간은 그래도 흘러 신병훈련을 끝낸 아들을 만나러 독해와 원래는 막내와 함께 시카고를 다녀왔습니다. 오랜 미국 생활이었지만 우리가 겪었던 미국은 정말 동부에 한정된 아주 조그만 영역이었나봅니다.
아주 쪼금만, 아주 일부의 경험이었긴 했지만 미국의 군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영이 되는지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오랫만에 만난 아들이 너무 반갑고 건강해서 고맙고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아~~ 갑자기 입대하던 날과 훈련소 퇴소가 묘하게 겹치며 대견하게 버텨주고 잘 끝내준 아들이 마냥 자랑스럽기만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꿈도 꾸지못했던 미국에서의 신병훈련도 경험담.. 고생했다, 아들~~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인데, 비행기표와 숙소만 예약하면 되는 여행은 아니었습니다. 가족의 방문 승인이 나야 수료식 티켓을 받을 수 있었지요. 미리 준비를 다 해놓아도 아이가 훈련을 끝내지 못하면 일정은 소용이 없어집니다. 독해와 원래는 큰아이의 9주 신병훈련이 끝나는 10월 15일, 막내와 함께 시카고로 갔습니다.
아침 9시 행사에 들어가려고 새벽 5시 반에 일어났습니다. 여권 확인과 티켓 배부, 주차 줄을 거쳐 자리에 앉았을 때는 아직 시작까지 시간이 남아 있었습니다. 의장대의 시범과 음악이 지나간 뒤, 큰 차고문처럼 생긴 문이 올라갔습니다. 그날 수료하는 900명가량이 줄을 맞춰 들어왔습니다.
15kg과 8.5인치, 그리고 후두둑
흰 모자에 같은 세일러 정복을 입힌 아이들은 멀리서 모두 비슷해 보였습니다. 아들이 어느 디비전, 어느 자리에 설지도 들었는데 막상 문이 열리자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슴이 뛰고 시선이 흔들렸습니다.
찾아낸 아들은 반쪽이 돼 있었습니다. 가족이 전한 변화는 체중 15kg, 허리둘레 8.5인치였습니다. “눈물이 그냥 줄줄이 아니고 후두둑.” 막내도 오빠를 보고 울었습니다. 훈련을 무사히 마쳤다는 사실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웠지요.
밝고 건강해진 얼굴로 웃어주는 아이 앞에서, 그동안 나눴던 걱정이 한꺼번에 풀렸습니다.
유니폼 값은 첫 월급에서 빠졌습니다
뽀얘진 얼굴과 짧아진 머리 이야기를 하다가 첫 월급으로 대화가 옮겨갑니다. 가족이 들은 설명으로는 처음 필요한 유니폼과 장비 비용이 월급에서 차감됐습니다. 여름과 겨울, 정복과 근무복을 나누니 종류도 적지 않았습니다. 공짜로 주는 줄 알았던 옷이었습니다.
입대할 때 입었던 사복은 상자에 담겨 나왔습니다. 중간에 훈련을 그만두는 경우에 대비해 보관했다는 옷이었지요. 이제는 몸에 맞지 않았습니다. 가족은 같은 과정을 통과하지 못해 수료가 늦어지는 경우와 자진 퇴소 절차에 관해 전해 들은 이야기도 나눕니다.
수료식장에서 처음 본 미국
독해와 원래가 놀란 것은 아들의 변화만이 아니었습니다. 수료식에서는 훈련병들이 온 여러 주의 깃발이 지나갔습니다. 거의 50개 주에 가깝게 기억하는 깃발들, 매주 배출되는 훈련병들, 비행기와 차를 타고 찾아오는 가족들. 일행은 그 규모를 가늠하다 “진짜 미국을 못 보고 살았구나”라고 말합니다.
뉴욕과 뉴저지에서 출퇴근하며 만나는 사람들 바깥에 다른 생활들이 있었습니다. 가족이 전한 동료들의 나이와 배경도 달랐습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사람, 대학 학위가 있는 사람, 아이를 두고 온 엄마가 같은 훈련을 받고 있었습니다. 아들에게도 익숙했던 버겐카운티 밖을 보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피자와 삼겹살 앞에서 처음 들은 이야기
첫 식사는 시카고 피자였습니다. 가족은 혼자 쉴 방을 마련해주려고 방 세 개짜리 숙소를 잡았습니다. H마트에서 삼겹살을 사다 쌈을 먹고, 다음 날에는 짜장면도 먹었습니다. 그 사이 아이가 조금씩 자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몸이 힘들고 또래들과 함께 지내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돈 걱정을 덜고 지낼 수 있다는 게 마음을 편하게 한다고 했습니다. 부모에게는 의외였습니다. 대학 1년의 학비도 대줬고, 아이들 앞에서 특별히 돈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의사가 되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오래 비용을 내며 공부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대화에는 복무 뒤 교육 지원과 GI Bill도 등장합니다. 그런 선택을 고민할 만큼 아이가 학비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부모는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바로 앞의 과제를 끝내고 다음 목표로 넘어가는 생활이 아이에게 성취감과 안정을 주는 듯했습니다.
미루는 자에게 가장 어려운 말
“Hurry up and wait.” 빨리 끝내고 기다리기. 아이가 훈련소에서 배웠다고 전한 말입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괴롭지만 중요하다는 설명을 듣고 부모도 자기 습관을 떠올렸습니다. 원조 ‘미루는자’ 원래도 할 일을 끝까지 미루는 쪽이었지요.
밥 먹는 습관도 훈련소 생활의 일부였습니다. 체중 관리 대상인 이른바 팻 디비전의 식사 관리 이야기에, 처음 신체 측정이 잘못돼 기준을 넘었다가 다시 빠져나왔다죠. 훈련소 음식 중 제일 맛있는 것은 치즈케이크였다니, 짬밥은 어딜가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넥스는 있어도 먹을 시간은 없습니다
훈련병도 PX를 이용합니다. 가족은 그 매장을 넥스(NEX)라고 불렀습니다. 다만 돈이 있어도 간식을 먹을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저녁 뒤 다음 날 준비와 구두 손질을 마치면 쓰러져 잘 시간이 됐지요.
수료식 날 아들은 새벽 3시 반에 일어났습니다. 세일러 정복은 입는 데 시간이 걸렸고, 모두가 빠릿하게 움직이지도 않았습니다. 일찍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9주 동안 몸으로 배운 셈입니다.
정작 넥스에서 신난 사람은 독해였습니다. 반납된 군복을 다시 파는 리클레임 코너에서 겨울용 재킷을 발견했습니다. 대화에서 나온 가격은 새것 약 250달러, 리클레임 제품 약 73달러. 만듦새가 마음에 들어 가져간 바람막이를 벗고 갈아입었습니다. 이어 글렌뷰에서 순두부집을 찾다가 아들의 선택으로 짜장면집에 들어갔습니다. 탕수육과 크림새우, 깐풍기까지 시켜놓고 많이도 먹었습니다.
훈련이 끝나도 기다림은 이어집니다
기초훈련 뒤에는 주특기 교육이 남았습니다. 큰아이가 준비하는 다음 과정은 누크(Nuke) 스쿨입니다.
대기후, 후반기 교육을 위해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수료생 가운데 해당 과정으로 간다고 전해 들은 인원은 900명 중 6명. 여러 기수에서 모여 한 반이 만들어질 때까지 또 기다릴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아이를 두고 온 엄마, 비행면허가 있는 열여덟 살
훈련병 중 여성도 많았다고 합니다. 기억에 남은 사람은 학업 성적 관련 상을 받은 뉴욕 출신 여성 훈련병이었습니다. 아이를 두고 훈련소에 왔다는 이야기를 듣자, 상을 아깝게 놓쳤다는 부모의 마음도 “인정”으로 바뀌었습니다.
대학을 나와 일반 병으로 입대한 동료도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꼭 장교의 자리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플로리다에서 온 18살 동기는 이미 비행기 조종 면허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목표는 해군 전투기 조종사였습니다. 군을 하나의 직업과 다음 경력의 경로로 고르는 사람들의 사연이, 한국에서 익숙했던 군대 이야기와는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부모도 다음 단계로
좋은 길을 안다고 해서 아이를 그쪽으로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본인이 좋아하고 스스로 움직여야 하지요. 이번 면회에서 독해와 원래는 그 말을 다시 배웠습니다. 아들은 앞날의 계획을 더 구체적으로 말했고, 가족은 그 길을 응원하기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작은 변화도 보였습니다. 그렇게 먹고 싶어 하던 음식 앞에서, 어느 정도 배가 차자 숟가락을 놓았습니다. 전에는 벨트를 풀고 계속 먹던 아이였습니다. 부모에게는 그것도 낯선 장면이었지요. 크리스마스 무렵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며 수료식 근황을 마칩니다. 휴가가 확정됐다는 소식은 아니었습니다.
가을의 스톰킹, 뉴헤이븐의 피자, 다음 편의 이름
음악 브릿지 뒤에는 짧은 가을 근황이 이어집니다. 스톰킹에서는 새로 정비한 입구와 안내 시설을 눈여겨봤습니다. 대화에 나온 설계사무소는 WXY입니다. 간단한 형태의 건물과 외부 목재가 건축 이야기의 출발점이 됩니다. 목재의 정확한 수종과 산지는 대화에서도 확실하지 않아 여기서 이름을 덧붙이지는 않겠습니다.
뉴헤이븐에서는 예일대 구경과 프랭크 페페 피자를 함께했습니다. 본점에 가보고 싶었던 마음, 일행 여섯 명이 앉을 큰 테이블을 기다린 이야기까지 피자 얘기가 길어집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름은 로버트 모제스입니다. 뉴헤이븐에서 이름을 마주친 우연과 청취자의 요청을 계기로, 다음 편에는 자코너가 돌아옵니다. 이번 편은 아들이 고른 길을 지켜본 가족의 이야기였습니다. 다음 편에는 도시의 길을 바꾼 사람을 만나기로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