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WD 4-056, 뉴욕씨를 만나다 – 단역배우 김순효씨, 소설가 이수정님 PART 3
소설가의 길로 들어서기 전, 어떤 글쓰기 연습을 하셨는지 들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단역배우 김순효씨의 이야기는 어떻게 수정님에게 찾아왔는지 소설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시네요.
현실의 나와 소설 속의 나는 구분하기 어려운 경계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상상력을 총 동원하여 이전 에피소드에서 연습한 소설가의 생각하는 방법,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과 함께 첫 장편으로 찾아온 단역배우 김순효씨 소설이야기.
나의 이야기이지만 그것을 소설가의 고민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가능하시다면 소설을 한번 읽어보심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독해는 소설을 읽으며 코 끝이 찡해짐을 경험해 보았습니다. 남의 이야기같지만 결국엔 나의 이야기인 단역배우 김순효씨.. 그 소설얘기가 계속됩니다.
“아내를 모셔라, 빨리!” 카톡과 공시지가의 침묵
어머니가 땅을 물려주겠다고 했을 때 이수정 작가는 일단 기뻤습니다. “나 한국에 부동산 생겼다”며 남편에게 바로 카톡을 보냈습니다. 땅주인이 된다는 생각에 입꼬리도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주소를 받아 지가를 확인하고는 조용해졌습니다. 땅은 맹지였습니다. 앞에 남의 땅이 가로막고 있어서 자기 땅인데도 걸어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수풀만 무성한 땅을 밖에서 바라보고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이 땅을 따라가다 보니, 단순한 상속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가 왜 그 땅을 사게 됐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에 관한 오래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아무 데나 표 주시오”
삼남매를 키우며 삶이 고단했던 30대 후반, 어머니는 집을 나와 고속버스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매표소 직원에게 “아무 데나 주시오”라고 했고, 직원이 건넨 표가 고창행이었습니다.
산을 좋아하던 어머니는 산에 올랐다가 제사를 지내는 작은 사당(재실)에 들어가 잠시 눈을 붙였습니다. 그때 문밖에서 나이 든 부동산 중개업자가 손님에게 맹지를 팔려고 애쓰다가 결국 “안 산다”는 말을 듣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집에 가야겠다. 더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훗날 딸에게 “이 이야기를 소설로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묻어둔 이야기를 다시 꺼낸 이름 하나
이수정 작가는 고창에 대해 특별히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고창을 배경으로 하는 공모전이 눈에 들어왔고, 무엇보다 이상했던 건 공모 소식을 보낸 사람의 이름이었습니다.
기자의 이름이 남편의 이름과 같았습니다. 성만 같은 정도가 아니라, 남편의 특이한 가운데 글자까지 같았습니다.
그때 묻어두었던 원고를 다시 꺼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이상할 만큼 빠르게 써졌다고 합니다. 공모전에는 고창의 인물과 역사, 지리가 들어가야 했지만, 작가에게는 오히려 그 조건이 ‘이 이야기를 쓰라는 신호’처럼 느껴졌습니다.
소설 속 엄마는 실제 어머니의 삶에서 출발합니다. 실제 어머니가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 단역처럼 등장하던 모습도 이야기에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가족이 민망해서 보지 못했던 방송을 나중에는 웃으며 보게 됐고, 그때 어머니에게서 이야기하는 힘을 물려받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단역 배우 김순효 씨』가 완성됐습니다.
이수정 작가는 이 이야기를 두고 “내가 이야기를 찾아낸 게 아니라, 이야기가 나를 찾아왔다”고 말합니다. 소설은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일만이 아니라, 이미 내 삶에 있었지만 미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