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게리 Part 2: 종이를 구기는 손, 시대를 구부린 건축
“프랭크 게리, 당신은 천재야!”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The Simpsons)>에서 게리는 편지 한 장을 꼬깃꼬깃 구겨 바닥에 던진 뒤, 그 모양 그대로 콘서트홀을 짓는 괴짜로 묘사됩니다.
대중은 그를 ‘파격적인 형태’로 기억하지만, 그 이면에는 르네상스 장인보다 더 집요하게 기술(Tech)을 파고든 ‘마스터 빌더’의 면모가 숨어 있습니다.
프랭크 게리 추모 특집, 그 두 번째 이야기. 해체주의라는 꼬리표에 대한 억울함부터, 자하 하디드와는 결정적으로 달랐던 그의 ‘후계 구도’까지. 거장이 남긴 진짜 유산(Legacy)을 독해합니다.
심슨이 본 천재, 우리가 본 괴짜
“건축은 종이 구기기에서 시작된다?” 게리가 직접 목소리 출연을 했던 <심슨 가족> 에피소드는 그의 건축 프로세스를 가장 유쾌하게 풍자한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멤버들은 이 장면이 단순한 유머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는 꿈(Dream)을 현실의 건물로 만들기 위해 항공 우주 설계 프로그램(CATIA)을 건축에 도입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 꿈이 디지털화되는 순간, 그 생명력은 멈춘다”고 한탄했던 지독한 이상주의자였습니다.

해체주의? 나는 그냥 나야
세상은 그를 ‘해체주의의 거장’이라 부르지만, 정작 본인은 그 수식어를 평생 거부했습니다. 피터 아이젠만(Peter Eisenman)이 철학적 논리로 그리드(Grid)를 비틀 때, 게리는 그저 젖은 빨래를 짜듯 직관적으로 형태를 비틀었습니다. 이론(Theory)보다 본능(Gut)을 믿었던 그를 과연 해체주의라는 틀에 가둘 수 있을까요? 엘뉴원독 멤버들이 프랭크 게리의 건축적 위치를 다시 정의해 봅니다.
천재의 회사는 살아남을까
“자하 하디드의 회사는 살아남지만, 프랭크 게리의 회사는 사라질 것이다.” 자코는 게리의 사후(死後)를 냉정하게 예측합니다. 논리와 시스템을 남긴 자하 하디드와 달리, 오직 자신의 ‘손끝 감각’에 의존했던 게리의 건축은 누구도 승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들에게조차 건축을 말렸던 아버지 프랭크 게리. 그가 후대에 남기고 싶었던 것은 거대한 회사가 아니라, 500년이 지나도 변치 않을 ‘타임리스(Timeless)’한 감동 아니었을까요?

빌바오 구겐하임으로 죽어가던 도시를 살려내고, 건축가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던 거장.
프랭크 게리 특집은
Part 3. 건축곡해로 돌아옵니다.




